밴쿠버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남자 5,000미터 은메달, 남자 500 미터에 금메달 이어 여자 500미터에서 까지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는 인터넷 뉴스 기사는 정말 믿기 어려웠습니다. 흥분된 마음으로 늦은 시간이지만 인터넷에서 스피드 스케이트 남자 5,000 미터 경주를 보았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딴 경기 종목이었습니다. 28명의 선수들 중 마지막 조인 열네 번째 조의 두 선수가 경기를 마치자마자 참가 선수들 전원의 등수가 전광판에 표시되었습니다. 금, 은, 동메달의 주인공이 된 네덜란드, 한국, 러시아 선수들과 코치, 응원단은 환호했습니다. 특히 대규모 선수단인 네덜란드 관중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말대로 다리 기럭지(?)가 짧은 한국 선수가 장신의 유럽 선수들을 멀찌감치 제치고 장거리 경주에서 2등을 하는 모습은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도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조로 5,000미터를 질주하고 아깝게 4등한 노르웨이 선수의 지치고 망연자실한 그 표정과 메달을 받게 되는 선수들과의 모습은 너무나 크게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카메라는 관중석을 찾아가서 식구들과 격렬하게 포옹하는 우승한 네덜란드 선수, 3등을 하고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러시아 선수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동방예의지국 출신이어서인지 이승훈 선수는 밝은 웃음으로 코치와 포옹으로 그치는 얌전한 모습이었습니다. 카메라는 짓궂게도 환호하는 선수들과 지쳐서 힘들어하고 낙담한 선수들의 표정을 번갈아 보여주었습니다. 장면이 바뀌어 시상식의 화려한 모습이 등장했습니다. 그곳에는 오로지 메달을 받는 세 선수만이 있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기억에서 사라지고 영광의 세 사람만이 화면 가득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필자의 마음속에는 32살의 이규혁 선수가 생각났습니다. 금메달 기대주란 이름을 걸고 출전했지만 남자 500미터 경기에서 15위에 그친 노장 선수. 그는 경기가 끝나고 어떠한 표정을 지었을까? 세상에는 이러한 시상방식만 있는가? 빙상선수 연령으로는 은퇴를 넘은 선수가 최선을 다해서 5번째 올림픽에 도전한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이에 대한 시상식은 없을까?
그 사람이 어떠한 상태에서 그 일을 이루었는가 하는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요시 하는 경쟁방식 속에서 살고 있는 필자는 한 교수님이 떠올랐습니다. 대학원에서 필자에게 교육학을 지도하고 지금은 은퇴하신 노교수님은 남과의 경쟁에 익숙해 있는 학생들을 아주 특이한 학습방법으로 지도해주셨습니다. 그분의 강력한 주장으로 필자가 공부했던 대학원은 다른 학교에서 보기 어려운 성적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적표에는 수강했던 과목에 대해 A, B, C 라는 성적대신에 학점이수 (credit) /학점취득불가(non-credit)로만 적혀있고 점수 대신 각 학생마다 그가 잘하는 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서술한 교수의 기록을 받도록 했습니다. 그 기록은 남과 비교해서 내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었는지는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고, 나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기록은 저의 표정을 밝게 만들었습니다. 낙담 대신 소망을, 좌절 대신 새로운 용기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교수님의 설명은 ‘아! 나의 장점이 이것이었구나. 내가 잘 깨닫지 못했는데 이 부분을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되는구나!’하며 나의 모습을 더 온전하게 가꾸어 가도록 만들었습니다.
교수님의 평가는 부족한 우리들을 격려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나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으로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정도에 따라 분수에 맞는 생각을 하십시오. 사람의 몸은 하나이지만 그 몸에는 여러 가지 지체가 있고 그 지체의 기능도 각각 다릅니다. (로마서 12:3-4)“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은 각각 다른 수준의 능력을 주셨습니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고 내게 주신 기능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가지고 감사하며 기뻐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 때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환하여지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이 세상을 밝게 만들어 가십시다. 이와 같은 이치로 우리를 만드시고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 원리를 자신의 가르침에 적용하신 교수님께 또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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